
난소기능 저하가 진행되어 조기난소부전에 가까워진 환자분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분께서 조금 더 일찍 오셨더라면.....”
난소의 기능이 정상보다 빠르게 저하되는 상태를 난소기능저하라고 합니다.
임신에 불리한 것은 물론, 조기폐경(난소 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여성 호르몬 감소로 인한 전신적 문제도 생길 수 있지요.
20 년 넘게 난소기능저하를 치료해 왔는데요.
그 동안의 진료 경험으로 확실히 알게된 것 중 하나는,
“난소기능저하는 일찍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는 것”입니다.
난소기능저하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직 난소기능 저하가 심해지기 전에 한방 치료를 시작하면,
난소의 노화를 늦추고 난소 나이 검사(AMH) 수치를 회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특히 AMH 수치가 0.5 이상인 분들은 한방 치료 후
생리 양상이 정상화되면서 수치도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AMH 수치가 0.1 미만으로 떨어진 분들은 단순한 난소기능저하보다는 조기폐경에 가까워진 상태라 치료가 더 어려워 집니다.

난소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은 난소 수술, 흡연 등이 있으나 이와 관계없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적 관점에서 환자분의 증상이나 맥의 상태를 잘 관찰하면, 난소기능저하를 유발하는 진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난소기능저하를 치료하는 올바른 처방을 내기위해 필수적입니다.
난소기능저하를 유발하는 원인 및 그에 따른 치료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 호르몬 분비 능력의 저하
(신허증)
한의학에서는 부신이나 뇌에서 분비되는 생식 호르몬 분비 작용을 신장이 주관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의학적으로 신장이 약해진다는 것은 부신이나 뇌의 시상하부 등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난소 기능이 저하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신장이 허한 맥이 나오면서(신허맥), 생리양이 눈에 띄게 줄고, 피부나 모발이 건조해지고,
피곤할 때 귀에서 소리가 잘 나며, 소변이 잦거나 참기 어려워지고, 무릎이나 허리 등 관절이 아프고 약해지는 상태를 신허증이라고 합니다.
신허증이 나타나는 분들은 신장을 보하면서 호르몬 활성화 기능이 있는 녹용, 자하거(태반), 숙지황, 산약 등의 보신 약재를 처방하여 치료합니다.
난소 동맥 혈관에 노폐물이 끼면 혈류량이 저하됩니다.
2. 난소로 가는 혈류량 저하(혈허증)
난소는 골반 동맥에서 갈라져 나온 난소 동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습니다.
골반 내 혈액 순환이 저하되어 난소 동맥의 혈류량이 떨어지게 되면 호르몬, 산소, 영양분들이 난소로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난소는 허혈 상태에 빠지면서 노화가 촉진됩니다.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혈허증이라고 합니다.
전신적인 말초 혈관 순환 장애가 보이는 특징이 있는데요.
혈류량이 떨어지므로 맥이 가늘게 나오고(세맥), 추위를 많이타고 아랫배와 손발이 차며 피부가 윤기없이 거칠어지고 근육에서 쥐가 잘 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말초 혈액 순환을 돕고 골반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는 보혈제인 작약, 당귀, 천궁, 육계 등의 한약재를 처방하여 치료합니다.
3.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일 때
(간울증)
지속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도 난소기능저하를 유발합니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데요.
코티졸은 여성 호르몬과 같은 원료로 만들어 집니다.
코티졸이 과도하게 생산되면 여성 호르몬을 합성하는 원료를 다 써버리게 되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난소 기능도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것이죠.
이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간울증’이라고 표현합니다.
맥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습니다. (현맥)
평소 예민한 성격에 감정 기복이 심하며, 기분이 나쁘면 소화불량, 두통 등의 증상이 잘 생기며 생리가 다가오면 유방통증, 두통 등이 잘 생깁니다.
향부자, 시호, 울금 등 간의 울체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는 한약재를 처방하여 코티졸이 과다 분비되는 것을 막는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4. 만성 피로의 누적(기허증)
신체 활력이 유난히 떨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늘 무기력하고, 만성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들이죠.
이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기허증이라고 합니다.
난소기능저하 있는 분들 중 기허증이 원인인 분들이 많습니다.
맥이 깊숙이 가라앉아있고 약합니다. (침, 무력맥)
조금만 활동해도 금방 피곤해지고,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힘들어 하고, 점심을 먹고나면 꾸벅꾸벅 졸곤 합니다.
주말엔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잠만 자는데도,
피로가 풀리질 않습니다.
컨디션이 나빠지면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되고 손발이 붓습니다.
황기, 인삼, 백출 등 기를 보충하는 효능이 있는 한약재를 처방하여 치료합니다.
제 경험상 호전이 가장 빠른 유형에 해당합니다.

난소기능저하을 유발하는 한의학적 원인을 네 가지로 나눠서 설명드렸는데요.
실제 환자를 볼 땐, 저 원인들을 구별해내기가 쉽진 않습니다.
한 가지 원인으로만 병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2~3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환자분 하나하나의 증상과 체질을 잘 파악하고, 원인을 찾아내려면 꼭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증상 하나도 놓치지 않는 꼼꼼한 진료이며,
다른 하나는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진맥 실력입니다.
두 가지 모두 제가 가장 자신있는 부분입니다.

난소기능저하가 계속 진행되어, 생리가 나오지 않으면서
혈액 검사상 FSH 수치가 40 이상으로 나오는 상태를
조기폐경(조기난소부전)이라고 합니다.
사실, 난소기능저하 진단을 받고 오시는 분들 보다
조기폐경 진단을 받고 오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한참 방치하다가 폐경 근처에 이르러서야 오시는 것이죠.
일찍 치료를 시작하셨다면 치료가 훨씬 쉬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조기폐경 상태라도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생리가
다시 회복되고, 열감이나 안면홍조, 불면증 등의 갱년기 증상이 개선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난소 기능이 다시 이전처럼 회복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지요.
치료를 시작하여 생리가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3 번 째 생리 2~5 일 째 혈액 검사를 합니다.
검사상 FSH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기 시작한다면, 난소 기능 회복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치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한동안 생리를 다시 하게 되고, 이 기간에 자연 임신도 가능합니다.
반면에 생리는 있었으나, 혈액 검사에서 FSH 수치의 감소가 없다면 비가역적인 난소의 기능 퇴화 상태로 볼 수 있으며,
이 때는 지속적으로 치료한다고 해도 난소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때는 폐경 시점을 조금이라도 뒤로 늦추면서, 임신 계획이 있다면 배란을 유도하여 자연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